회고록을 약 4년째 쓰면서, 쓸때마다 ‘내가 왜 회고록을 쓰는가’ 에 대해서 생각했던거 같다.
처음 회고록을 쓸때는 한 해를 돌이켜보고,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목표를 잡고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썼었다면
지금은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의 생각을 알기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를 남긴다는 느낌으로 쓰려고 한다.
결국 회고록도 글이고, 다른 누군가(혹은 미래의 나)가 이 글을 보고 나서 이때 이사람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았구나~ 라는 정도로만 기록이 되면 충분한 것 같다.
‘아 올해 이런게 부족했으니.. 내년에는 이렇게 살아서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굳게 다짐하던 내 모습이, 몇년 후에봤을때는 크게 의미없는 고민이었구나를 이전 회고록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었다.
오히려 그때 느꼈던 진실된 감정, 날것의 느낌이 나중에 봤을 때 나한테 더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 회고록은 되도록이면, 내가 느낀 일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풀어나고자 한다.
# 인턴, 그리고 취업준비
올 초쯤에 네오위즈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엔지니어로 인턴을 세 달정도 했었다. 올 초쯤 까지만 해도 어떤 서비스를 실제로 개발하는 업무보다는, 좀더 low level 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정확히는 인프라쪽에 관심이 많았었다. 당시 인턴을 하면서는 코드로 인프라를 관리하는 IaC 기법, 프로비저닝 기법을 주로 공부하고, 추가적으로 리눅스 및 git 스터디를 진행했었다.
네오위즈 회사생활은 꽤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했던 업무들, 인프라나 devops 쪽으로 커리어를 계속 쌓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question mark를 해결하진 못했었던 것 같다. 회사마다 분명 꼭 필요한 직무이고, 앞으로 유망성도 어느정도 있는 분야인건 맞다고 생각했지만, 인프라 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지식들을 공부하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Devops나 SRE 공고들을 보면 k8s가 거의 메인 기술스택으로 종종 등장하던데, k8s 이거를 제대로 알려면 인프라쪽 전반적인 지식을 꽤나 깊게 알아야 이해가 되는 기술이었다고 기억한다. 즉 그때 당시 내 생각은 ‘유망한건 알겠어. 근데 내가 이걸 따라가려면 재미없는 공부를 계속 해나가야 될거 같아’ 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그렇게 1,2월을 보내고, 학교를 다니면서 인턴 생활을 마무리해 나갔다. 취준도 이 시점부터 다시 시작해나갔다. LG CNS 정규직 전환에 합격한 상태였긴 하지만, 신입 포지션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원하는 회사의 원하는 포지션에 공고가 떴을 경우 지원서를 준비했었던 것 같다.
공들여서 쓴 서류부터 바로 탈락했을때가 취준할때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신기했던게 it 기업의 경우 서류부터 떨어지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만, 제조업 대기업 it 직무는 정말 서류부터 떨어졌었다. 하지만 제일 힘들었던건 내가 하고싶은 직무가 가슴속에 정해지지 못한채 취준을 해나갔던게 제일 답답한 부분이었다. Devops 공고는 아쉽게도 신입 포지션이 많이 열리는 직무는 아니었기 때문에, 백엔드 신입 포지션까지 공고를 준비했다. 3월부터는 급하게 스프링 공부도 시작하면서 간단한 프로젝트라도 만들어보면서 공부하려고 했지만, 사실 취준 기간에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 나가는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백엔드 엔지니어는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라고 이미 2020년 초부터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 다시 준비하는 내 모습을 보는게 현실을 타협하는 모습 같아 너무 안타까웠고,, 결국 도메인을 가슴속에 정하지 못한 채 마음만 급해지는 3월이었다.
그리고 당시 전형 진행중이었던 곳 중 하나였던 현재 회사 그라운드X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다.
# 졸업, 그리고 입사
우연한 기회로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자 포지션에 코딩테스트까지 합격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은 쉽게 말하면 블록체인 자체, 즉 블록체인 코어를 개발하는 포지션이다. 사실 면접을 가기 전까지 블록체인 개발자로 일하는 것에 대해 잘 몰라서 큰 뜻이 없었던 것 같다. 면접일정이 잡히고 대략 열흘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면접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를 요구했었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블록체인 공부를 미친듯이 했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비록 그당시는 코드레벨의 깊은 이해가 아닌 전체적인 기술적 컨셉, 큰그림 위주로 공부를 한거긴 하지만 합의, 거버넌스, 트랜잭션 등 블록체인을 이루는 요소들을 이해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에 대한 매력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그라운드X에서 일할 기회를 주어서 올 7월부터 반년정도 일을 같이 해나가고 있다. 입사 초반에는 아예 모르는 분야를 처음 공부하면서 업무를 해나가야 되다 보니까, 막막하고 힘들었다. 블록체인 플랫폼 같은 큰 프로젝트의 코드를 뜯어 본 적도 학생시절엔 없었던 경험이라 내가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를 입사하고 다시 깨닫게 되었다.
물론 학교생활때 배운 전공 지식들이 현업에서 사용될 때는 대학교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크게 느낀다. 그치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부한 것들은 쓰이지 않거나 outdated 된 지식들인 것도 사실이다.
취준이 끝나고 입사할때 쯤 기말고사 및 마지막 학기도 끝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학교생활을 한줄로 요약하라면 사회에 나가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전역하고 입사할때까지 2년반동안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를 많이 고민하고 찾았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지금 하고싶어하는 일을 잘 찾아서 하고 있는건 맞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랑 맞지 않는데 맞다고 착각을 하거나 아니면 ‘하기 싫어도 나중에 벌어먹고 살려면 이게 미래에 도움이 될테니까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했던 활동들은 지금 생각하면 크게 의미없었던 것 같다.
졸업할 때즈음에 크게 느낀건, 결국 현재 내가 정말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미래에 도움이 되겠지 생각하고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공부하는 건 내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학교다닐 때에는 그렇게 후회로 점철된 채 씁쓸하게 졸업장을 받아갔던 기억이 난다.
# 현재, 그리고 회사생활
처음 한 3개월 동안은 입사를 했다는 안도감에 젖어 크게 회사생활에 ‘몰입’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이 있어도 왠만하면 일찍 퇴근을 하고, 일에 대한 스위치를 off 시키고 하고싶은거를 하면서 저녁시간을 보냈었다.
한 10월 말쯤이었나, 더이상 이러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Upside가 상대적으로 크고 인적 자원이 훌륭한 회사일수록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출퇴근 및 연차 사용등의 자율권을 개인한테 많이 보장해 준다.
우리회사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분야가 upside가 큰것이야 2020년 이후로 명확해졌고,, 팀 내에는 다 잘하시는 분들뿐이다. 거의 대부분 경력직 or 석박 출신이고,, 학사 신입으로 입사한 게 거의 나뿐인 상황.
이들과 같이 최소한 원활이 협업을 할 수 있을 수준이 되려면 경력과 학업 수준간에 발생하는 간극을 최대한 메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채우려면 당연하게도 시간을 더 투자하는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사실 애초에 대학입시부터 해서 전공, 복수전공, 제2외국어 등 나름 다양한 공부를 해오면서 느낀거긴 하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들을 지금까지 만들어온건 순전히 재능이 아닌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꾸준히 나만의 업적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된다는걸 깨달았다.
요새는 퇴근하고 최소 10시까지는 일이나 일 관련 공부를 한다. 반년 동안은 기술 사양에 대한 큰 그림을 익히기 위해 팀내 공유 문서 및 과거 기록들을 뒤져가면서 공부를 했었는데, 내년엔 더 깊은 이해도를 위해 클레이튼/이더리움의 코드레벨 이해도를 점점 넓혀나가고 싶다.
멋쟁이 사자처럼이 블록체인 강의를 그라운드X와 함께 준비를 했는데, 강의 운영 및 커리큘럼 검토에 참여하게 되었다. 검토를 하면서 Bapp 제작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하지만, 이쪽 분야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아쉬운 점, 그리고 앞으로
뭘 못해서 아쉽다, 이게 부족해서 아쉽다 하는건 많지만, 회고해 보니 원인을 거의 하나로 압축할 수 있는것 같다. 바로 한가지 일에 너무 매몰되거나 비중을 크게 둔 것.
항상 내가 그렇다. 하나의 일에 너무 빠지면 솔직히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다. 이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여러 일을 처리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이라던지, 자기계발도 그렇고. 나는 하루하루를 조금씩이라도 쪼개가면서 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을 처리해야 삶의 질이 좋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다.
부끄럽지만 올해 플래너를 쓰는데 소홀했다. 이건 내입장에선 짜임새있게 인생을 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입사 후에 어떻게 회사생활-개인생활 간 밸런스를 맞출지 고민도 많이 하고 계획도 짰었다. 그치만 계획과는 언제나 달라지는 회사 업무 스케쥴과 불규칙적인 퇴근시간 때문에 플래너와 그날 했던 일들이 많이 달라졌고, 급기야 나중에는 아예 안쓰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거 같다.
2022년에는 지금까지 플래너를 쓰던 방식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계획을 짜고 수행해야 할 것 같다. 1년 동안 실험적으로 플래너를 사용하고, 후기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 그외 계획, 그리고 근황
쓰면서 느껴지는건데, 과거에 비해 문장력이 많이 약해진것 같다. 책과 거리가 멀어지고, 유튜브와 많이 친해졌다. 항상 보는 글들이 블록체인 관련 아티클 아니면 기술서적 글이 대부분이다 보니, 글을 쓰는힘은 물론이거니와 말로 표현하는 능력, 세상을 보는 시각 등이 좁아지는 느낌이 여실히 든다. 일년에 단 몇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꾸준함을 갖추고 싶다. 지금 생각으로는 여러가지 분야를 잡다하게 읽는 거보다는 정말 파보고 싶은 분야 하나를 선택해서 다양한 관점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책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기술 블로그를 하나 새로 시작했다. 이전 기술 블로그는 거의 코딩테스트, 알고리즘 위주의 포스팅이었다. 아직 우리나라 기술 블로그 중에 개인이 블록체인 코어 지식을 알려주는 블로그가 없다시피 한데 내가 제대로 시작을 해보고 싶다. 아직 글을 몇개 올리지 않아 공개하고 알릴 생각은 없지만, 하나의 일이다 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써나가고 싶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고 지켜나가고 싶은 목표들이 몇가지 있는데, 이것들도 꼭 이루도록 천천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
# 한줄평, 그리고 마무리
올 한해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후련하지만 텁텁한 한해’ 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감사하게도 들어간 회사에서 하고 싶은 직무의 일을 시작하면서 행복한 회사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업무적으로 부족한 점도 많고 배워야 될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 블록체인씬에서 어떤 인재가 되고 싶은지, 업무 외적으로는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what과 why가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내년엔 취업에 대한 부담도 없고, 좀더 나에 대해서 탐색할 수 있는 1년이 되기를 바라면서 올해 회고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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