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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20년 상반기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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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상반기의 회고록을 적어 보고자 한다. 갑갑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생각 정리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들어서 ‘조만간 회고록이나 한번 써봐야지’ 했던게 오늘이 된 모양이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텅 빈 워드 파일에 이걸 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반기는 ‘나 빼고 주변 다 잘된’ 6개월이다. 동생도 자랑스럽게 이 시국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고, 주위 친한 친구들도 좋은 일이 터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반면 나는 올해부터 준비한 취준전선에서 완벽한 패배를 경험하고, 멘탈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약간 지쳐있는 상태인건 사실인 것 같다.

 

지난 학기에 개발자 루트로 취준을 준비해야 겠다고 다짐하면서 올해 1월부터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했다. 1월 한달 동안은 정말 빡세게 알고리즘+조교일+오픽 준비를 했고 2월엔 약간의 번아웃이 찾아오면서 힘들었지만 나름 개발외주 일까지 맡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었다.

 

3~4월 정도 들어서부터 학교 공부와 알고리즘을 병행하면서 취업 공고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면서 보냈던 것 같다. 4학년이 이제 됐으니까 방학때는 인턴하면서 보내야지 하는 생각은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 문제점들을 나열해 보면

 

  1. 비록 지금 나는 4학년이지만 컴과를 본격적으로 공부한게 3학기째 정도밖에 안된다. 따라서 내 수준이 지금은 잘 쳐봐야 3학년 수준인 것이다.
  2. 개발자 내에서도 정말 다양한 진로들이 있는데 본인이 가고자 하는 진로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련된 공부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나는 이부분이 전혀 안되어 있었다.

특히 2번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난 이유는 개발자의 다양한 업무들 가운데에서 내가 가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개발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없고, 같이 이쪽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도 많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개발자 블로그에 들어가 어떤 분야는 어떤 일을 하는지 읽고 찾아보고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개발자는 취업 프로세스가 보통 서류+코딩테스트(알고리즘) -> 면접 -> 최종결정 이렇게 크게 2단계이다. 이번학기에 결국 내가 1단계조차도 넘긴 곳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 이런 핑계는 대고 싶지 않고 결국 내가 부족했던 것이다. 오픈카톡방에서 사람들이랑 얘기한 것을 들어보면 나랑 비슷하게 혹은 나보다 코딩테스트를 잘 못 친 사람이 서류에서 붙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보면 이미 그쪽 분야를 꽤 오래 준비해서 포트폴리오가 탄탄하거나 이미 다른 회사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주구장창 떨어지면서 그래도 희망을 2가지 정도 가지게 되었는데, 하나는 내가 알고리즘을 못하는 축에는 이제 안 들어 간다는 것. 3~4달 정도 공부하고 테스트쳐서 이정도였다면, 꾸준히 공부하면 대졸 지원자들 가운데서는 잘하는 축에 들어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하면서 반성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예 포트폴리오가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도 떨어지기만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가능성 있는 탈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구 코로나로 인해 완전 비대면 첫 학기를 보냈는데, 아무래도 나는 이번학기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 나는 학교다니는 맛이라고 할 게 몇 가지 있는데,

 

1.     직접 교수님 수업 들으면서 공부하기

2.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 / 생각공유

3.     저녁엔 신촌이나 광화문/사직단/안국 쪽에서 식사, 술 한잔

 

을 하는 맛으로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사이버강의를 시작한 후로 계속된 과제와 공부의 압박 덕분에 (특히 운영체제라는 과목이 내 순수 한달정도는 앗아갔던 것 같다) 개인적인 시간조차 잘 못 냈던 것이 아쉬웠다. 게다가 사람들과의 교류도 지난 학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줄어서, 사람들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나에겐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학점은 잘 나올거 같아 뿌듯한 한 학기이다.

 

우리가 올해 1월 1일에 코로나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7월 1일인 지금도 어떻게 하반기가 펼쳐질 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 일을 예측하는 사람보다는 제대로 대응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반기를 맞이하기 위해 집이랑 방도 크게 청소하고 하반기 계획도 새로 다시 짰다. 다음주엔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해야지. 힘든 시기지만 이 글을 보고 있을 누군가도, 남은 2020년 1/2 잘 보내시길.

 

Ps. 이제 면접만 붙으면 합격이 되는 인턴 전형이 아직 하나 남아있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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